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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 생태공원, 토목공사식 안된다"

을숙도 생태공원, 토목공사식 안된다"
김마선 기자 icon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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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 생태공원, 토목공사식 안된다"
10일 오후 부산 사하구 을숙도 상단 일웅도에서 포크레인들이 을숙도 생태공원을 만들기 위한 터파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성훈 기자 noonwara@
속보=을숙도 생태공원 조성 사업이 낙동강살리기 사업에 편입되면서 당초 구상했던 생태성을 잃고 유원지 기능이 강화된 것은 낙동강살리기 사업에 편입돼 예산이 늘어나면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처럼 토목 공사에 무게가 실려 사업이 진행될 경우 자칫 세계적인 습지·철새 공간으로 알려진 을숙도의 생태환경적 가치가 영원히 사라질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기본계획·여론조사는 '생태계 보전'
4대강 사업으로 유원지 기능만 강화
"시민·전문가 여론 수렴 절차 거쳐야"


부산일보가 지난 2009년 8월 수립된 부산시의 '을숙도 생태공원 조성 기본 계획'을 확인한 결과, 을숙도 생태공원 조성의 첫째 목표는 '낙동강하구 습지 생태계의 다양성을 입증하고 보전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돼 있었다. 

을숙도 생태공원 조성 사업은 올해 출범한 부산시 낙동강사업본부에 업무가 맡겨지고, 정부의 낙동강살리기 사업에 편입되기 전까지 사업의 근간이 됐던 것이다.

계획 수립 당시 실시한 시민 여론조사(117명 응답)에서는 을숙도 정비의 기본 방향에 대해 자연 환경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42.9%나 됐다.

또 '자연환경 보전과 이용자 편의가 동등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45.2%)이 가장 많았다. 생태환경과 인간의 조화를 바라는 시민이 가장 많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도 이런 것을 감안해 기본 계획에서는 조류 관찰을 위한 시설, 탐방객 동선은 반드시 은폐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간의 접근이 야생 동물의 생태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도 인공미가 배제된 흙길을 만들도록 했다.

그러나 낙동강살리기 사업에 편입되면서 이 사업을 변질됐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보(洑) 건설과 준설 위주로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데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친수공간 조성 예산을 늘렸다. 이에 따라 시민 편의를 좋게 하는 쪽으로 계획이 바뀌고 예산도 추가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을숙도 생태공원은 '유원지'로 변질되고 본래의 생태성을 상실했다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생태공원에 심어질 수종이 을숙도의 생태와 전혀 안 맞는 것으로 선정된 것이 단적인 증거다. 비슷한 맥락에서 을숙도 상단을 순환하는 자전거도로를 내는 계획도 반환경적이다. 도로에는 컬러 아스콘이 포장될 예정이다.

을숙도 생태공원이 토목공사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은 지난 2월 부산시의회에서도 제기됐다. 낙동강사업본부(본부장 3급·토목직 출신)가 맡아서 하면서 환경보다는 토목의 시각에서 접근할 개연성이 커졌다는 게 요지다.

부산시의회 이성숙(보사환경위원회) 의원은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가 3류 공원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며 "돈을 쓰기 위해 쓸데없는 시설·나무들이 을숙도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을숙도 생태공원의 방향과 이에 따른 사업 조정 등에 대해 시민·전문가 여론 수렴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과 같은 형식적인 절차로는 을숙도를 지킬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은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이처럼 엄청난 사업을 시민들 동의도 없이 진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취지에 맞게 철새 등을 위한 공간을 먼저 확보한 뒤 공간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마선·김한수 기자 m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