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값 급락했는데 외식물가 요지부동은 `메뉴판 효과`
매일경제 | 입력 2011.06.14 17:34 | 수정 2011.06.14 20:21
# 1.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한우전문 식당. 메뉴판을 들춰보니 등심 1인분(130g)을 4만6000원에 팔고 있었다. 가격표는 예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저녁 회식 때 가끔 이 식당을 이용한다는 회사원 김동원 씨는 "한우 가격이 떨어진다는데 식당에서 파는 가격은 계속 그대로"라며 "설렁탕은 오히려 지난 3월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 2.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한 김치찌개집. 손님 몇 명이 6000원짜리 김치찌개를 먹고 있었다. 이 식당은 지난 3월 김치찌개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구제역으로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렵고, 주재료인 배추 등 채소 가격도 많이 올랐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배추 가격 폭락이 거꾸로 걱정되는 요즘도 가격은 변하지 않았다.
한동안 무섭게 치솟던 배추, 무, 감자, 쇠고기 등 식자재 가격이 많이 내렸다. 오히려 한우 가격 폭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외식 물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14일 매일경제신문 취재진이 지난 3월 가격을 올렸던 음식점을 상대로 가격 변화를 점검한 결과 대다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한 순댓국집은 설 직후 순댓국 한 그릇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한 후 그대로 팔고 있었고, 서울 명동에 있는 명동돈까스도 3월에 올린 가격(1만1000원)을 받고 있었다.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인 서울시 중구 필동면옥도 3월 인상한 냉면값(9000원)을 내리지 않았다.
반면 외식비 급등 주범인 채소 가격은 급락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월동배추 1㎏은 575원에 거래돼 고물가가 한창이던 2월 1일(1250원)보다 54% 하락했다. 대파(특) 1㎏은 3340원(2월 1일)에서 880원(6월 13일)으로 74%나 떨어졌고, 감자 1㎏과 양파 1㎏도 2월 1일에 비해 각각 47%, 45% 내려갔다.
한우는 폭락세가 심각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등급 한우 도매시장 경락가는 ㎏당 1만648원으로 2월 1일(1만2529원)보다 15%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4409원)보다 26% 낮아진 수치다.
통상 완전경쟁 시장에 가까운 요식업은 카르텔과 달리 일부 업체 간 담합 등으로 가격을 지배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주변 경쟁자가 많다 보니 공급이 늘면 가격을 낮추고 수요가 증가하면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서비스 요금이 오르기만 하고 내리지 않는 것은 암묵적으로 답함으로 볼 수 있다"며 "지역마다 업종별로 단체가 있어 가격 담합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가격의 하향경직성이다.
하지만 식당 주인들은 쇠고기 가격이나 채소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음식 값에 바로 반영할 수는 없다고 버티고 있다. 돼지고기 등 일부 식재료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라는 이유를 댔다.
신사동 한우전문 식당 주인은 "빠르게 움직이는 식자재값을 음식값에 어떻게 일일이 반영하겠느냐"며 "도매가격이 떨어졌어도 수요가 많은 등심 등 일부 부위 공급 가격은 변하지 않아 가격을 내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식자재 가격과 외식 가격 변화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를 '메뉴 비용'에서 찾기도 한다.
■ < 용어설명 > 메뉴비용(menu cost) :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임금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실질소득에는 큰 변함이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음식값이 바뀔 때마다 메뉴판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메뉴 비용(menu cost)만 높아진다. 따라서 식자재 가격이 내리더라도 조정 비용을 쓰지 않기 위해서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헌철 기자 / 손동우 기자] ▶ [화보] 나르샤, 숨겨왔던 육감적 몸매 '아찔'
한동안 무섭게 치솟던 배추, 무, 감자, 쇠고기 등 식자재 가격이 많이 내렸다. 오히려 한우 가격 폭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외식 물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14일 매일경제신문 취재진이 지난 3월 가격을 올렸던 음식점을 상대로 가격 변화를 점검한 결과 대다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한 순댓국집은 설 직후 순댓국 한 그릇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한 후 그대로 팔고 있었고, 서울 명동에 있는 명동돈까스도 3월에 올린 가격(1만1000원)을 받고 있었다.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인 서울시 중구 필동면옥도 3월 인상한 냉면값(9000원)을 내리지 않았다.
반면 외식비 급등 주범인 채소 가격은 급락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월동배추 1㎏은 575원에 거래돼 고물가가 한창이던 2월 1일(1250원)보다 54% 하락했다. 대파(특) 1㎏은 3340원(2월 1일)에서 880원(6월 13일)으로 74%나 떨어졌고, 감자 1㎏과 양파 1㎏도 2월 1일에 비해 각각 47%, 45% 내려갔다.
한우는 폭락세가 심각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등급 한우 도매시장 경락가는 ㎏당 1만648원으로 2월 1일(1만2529원)보다 15%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4409원)보다 26% 낮아진 수치다.
통상 완전경쟁 시장에 가까운 요식업은 카르텔과 달리 일부 업체 간 담합 등으로 가격을 지배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주변 경쟁자가 많다 보니 공급이 늘면 가격을 낮추고 수요가 증가하면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서비스 요금이 오르기만 하고 내리지 않는 것은 암묵적으로 답함으로 볼 수 있다"며 "지역마다 업종별로 단체가 있어 가격 담합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가격의 하향경직성이다.
하지만 식당 주인들은 쇠고기 가격이나 채소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음식 값에 바로 반영할 수는 없다고 버티고 있다. 돼지고기 등 일부 식재료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라는 이유를 댔다.
신사동 한우전문 식당 주인은 "빠르게 움직이는 식자재값을 음식값에 어떻게 일일이 반영하겠느냐"며 "도매가격이 떨어졌어도 수요가 많은 등심 등 일부 부위 공급 가격은 변하지 않아 가격을 내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식자재 가격과 외식 가격 변화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를 '메뉴 비용'에서 찾기도 한다.
■ < 용어설명 > 메뉴비용(menu cost) :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임금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실질소득에는 큰 변함이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음식값이 바뀔 때마다 메뉴판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메뉴 비용(menu cost)만 높아진다. 따라서 식자재 가격이 내리더라도 조정 비용을 쓰지 않기 위해서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헌철 기자 / 손동우 기자] ▶ [화보] 나르샤, 숨겨왔던 육감적 몸매 '아찔'
'Iss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중고교 '주5일 수업' 내년부터 전면 확대 시행 (0) | 2011.06.14 |
---|---|
“토요일도 일하는데… 맞벌이 가정엔 횡포” (0) | 2011.06.14 |
[이슈가 Money?] 30대,빚 내서 빚 갚기 바쁘다 (0) | 2011.06.14 |
카자흐스탄의 암각화? 어디서 많이 봤는데… (0) | 2011.06.14 |
18년 동안 매일 삶의 자취를 사진으로 남긴 사진작가 (0) | 2011.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