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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된 北보위부 실세 류경 美여기자(2009년 3월) 납치 지휘했었다

처형된 北보위부 실세 류경 美여기자(2009년 3월) 납치 지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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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6.20 03:00

최근 처형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국가정보원 격)의 실세 류경 부부장은 2009년 3월 17일 두만강 유역에서 발생한 미국 여기자 납치사건을 기획·지휘한 인물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류경은 2009년 3월 미국 '커런트TV'의 로라 링, 유나 리 기자가 북·중 접경지역에 취재를 온다는 첩보를 사전에 입수했다. 이어 보위부 해외반탐조를 통해 조선족 가이드를 매수했다. 가이드를 따라 두만강 유역으로 유인된 기자들은 북한 땅을 밟은 것처럼 꾸며져 군인들에 의해 북한으로 끌려갔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발생한 이 사건을 풀기 위해 미국은 그해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에 보내야 했다. 북한은 이 사건으로 '미국 전 대통령이 김정일 장군님께 머리를 조아렸다'는 식의 선전을 펼칠 수 있었다. 류경은 이 공으로 공화국 2중(重) 영웅의 칭호를 받았다.

보위부 해외반탐조는 류경이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의 방북을 성사시키면서 본격 가동된 조직이다. 당시 류경은 북한에서 활동 중이던 일본 첩보망을 색출해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류경은 해외반탐 업무를 대대적으로 시작했고, 특히 중국에 거대한 첩보조직을 구축했다.

안보부서 당국자들은 이처럼 전·현직 미·일 정상을 김정일 앞으로 불러들이며 김정일의 총애를 받던 류경이 실각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 정보력을 모으고 있다.

정보 소식통은 19일 "류경이 받은 표면적 혐의는 수뢰와 부정축재"라며 "하지만 이것 때문에 북한의 체제를 떠받치는 보위부의 핵심 엘리트가 좌천도 아니고 처형됐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위 탈북자 A씨는 "어려울 때 김정일은 피를 보곤 했다"며 "류경 처형은 공포통치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보위부가 후계체제 구축을 지휘하고 류경 처형이 3대 세습 과정에서 벌어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작업을 지휘하면서 자칫 우쭐해질 수 있는 보위부도 예외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