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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명품 백 일련번호 보면 다 나와… 검색대서 억지 쓰지 마세요"

[Why] "명품 백 일련번호 보면 다 나와… 검색대서 억지 쓰지 마세요"

  • 기사
  • 입력 : 2011.06.25 03:12 / 수정 : 2011.06.25 22:39

"샤테크 막아라" 면세 한도 초과… 명품 가방 반입 늘어

인천공항세관 비상
루이뷔통·샤넬 백… 면세 범위 넘었는데… 신고 않고 반입…

작년보다 86% 늘어… 엑스레이로 판독하고… 메고 들어오는 가방은… 육안으로 조사

올해 들어 샤넬·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 가방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지난달 국내 가격이 400만~500만원대인 샤넬 가방의 경우 무려 25%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이 가방을 해외에서 사 들여올 경우 국내에서 살 때보다 100만원 이상 이익을 얻는 셈이다 보니 '샤테크(샤넬+재테크)'란 말이 나올 지경이다.

해외 명품가방 쇼핑이 인기를 끌며 인천공항세관에는 비상이 걸렸다. 면세 범위 400달러(약 43만원)를 초과해 고가 명품가방을 해외에서 구입한 뒤 신고하지 않고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된 건수가 지난해보다 86% 증가했다. 명품 가방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인천공항세관 현장을 가봤다.

21일 오후 12시 30분 인천공항 입국장. 두바이발(發) 항공편 입국수속을 앞두고 세관 휴대품검사관실 직원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검사관실은 여행자사전정보시스템(APIS)을 통해 관세법을 위반한 경력이 있거나 국내 면세점에서 과다하게 구매를 하는 등 면세 범위를 초과할 우려가 큰 여행객을 분류해 이들의 수하물을 엑스레이로 판독했다. 투시대를 통과하던 검은색 여행용 가방 안에서 둥근 모양의 핸드백 형태가 드러났다.

"루이뷔통 가방 같은데, 여러 개 있습니다." 세관 직원이 이 수하물에 전자 봉인(seal)을 부착했다. 봉인이 부착된 수하물은 다시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검색대 위에 올려졌다. 가방을 열자 1200달러(약 129만원), 650달러(약 70만원)짜리 여성용 루이뷔통 가방이 나왔다. 수하물 주인은 30대 중반의 남성 A씨. 검사를 맡은 유진주 관세행정관이 가방 구매처를 묻자 A씨는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선물을 받은 경우도 면세 범위를 초과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 결국 그는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샀다"고 시인했다.

21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세관 검색대에서 한 여성이 샤넬 가방을 메고 통관을 하려다 세관 직원 에게 제지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은 면세범위를 초과한 고가의 명품가방을 신고하지 않고 들여오려는 여행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면세 범위 400달러를 초과한 물건을 들여오면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신고를 하지 않고 들어오면 물건 가격의 20%에 해당하는 세금과 불성실신고에 따른 30% 가산세를 내야 한다. 100만원 상당의 물건을 신고하지 않고 들여왔다면 26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엑스레이 검사만이 아니다. 이날 오후 1시 베이징발 항공편을 통해 입국한 한 여성은 새로 산 샤넬 가방을 평소 사용하던 것처럼 메고 입국장을 통과하다 세관에 적발됐다. 관세행정관들은 "직접 들고 오는 명품가방도 꼼꼼히 살핀다"며 "이제는 멀리서도 어떤 제품인지, 신품인지 여부를 분간할 수 있을 지경"이라고 했다.

면세 범위를 초과해 명품가방을 구입해 들여온 경우가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자 인천공항세관은 면세범위를 초과한 경우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그러나 휴대품검사관실 김병석 과장은 "신고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고 했다. 적발을 피하기 위해 황당한 거짓말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쇼핑을 적게 한 일행에게 가방을 넘겨서 통관을 시도하기도 한다.

지난 2월 한국의 면세점에서 명품 가방을 구매한 후 뉴욕 여행을 갔다가 귀국한 B씨는 함께 여행을 간 아들의 수하물에 가방을 넣었다. 아들 수하물 검사과정에서 B씨의 구매내역에 있는 가방이 발견돼 추궁하자 아들은 "B를 알지도 못하고 가방은 현지에서 선물 받았다"고 억지를 부렸다. 세관 관계자는 "'나를 조사하는 거냐', '다른 사람은 잡지 않고 왜 나만 잡느냐'는 등 거친 항의로 통관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도 빈발한다"고 했다.

김병석 과장은 "세금을 '당연히 내야 하는 것'이 아닌 '걸리면 운이 없는 것'으로 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휴가철을 앞둔 인천공항세관은 "명품 구매 여행객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항공편 수하물을 전수조사하는 등 '샤테크'를 막기 위한 집중 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