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cience

차세대 항생제개발에 한걸음 더

반세기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결핵균 등의 치료에 사용되어 온 대표적인 항생제 카나마이신(kanamycin)의 생합성 과정이 순수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되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내성 없는 차세대 항생제 개발에 하나의 획을 그은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오세정)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화여대 윤여준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Nature Chemical Biology'지 10월 9일자에 게재되었다.

짧은 분량의 'Letter' 형식이 아닌 '전문(Full article)'으로 게재된 것은 국내 처음으로, 그 의미가 크다.

▲ 카나마이신 생합성과정 모식도 

카나마이신은 그동안 결핵치료제(스트렙토마이신)와 같은 계열(아이노글리코사이드)의 항생제로서 가장 널리 사용된 항생제 중 하나이다. 그러나 카나마이신을 생산하는 토양미생물의 유전자 조작이 거의 불가능해, 카나마이신의 생합성 경로 규명은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윤여준 교수팀은 카나마이신 합성에 관여하는 모든 유전자를 선별한 후, 이들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여 유전자 조작이 쉬운 방선균에 넣었으며 이를 통해 조합된 유전자 세트에서 카나마이신의 합성 경로를 밝혀내었다.

▲ 토양미생물인 방선균의 사진 

이 기술은 카나마이신의 생합성 유전자를 유전자 조작이 쉬운 방선균 이종숙주 내에서 조합·발현하여 카나마이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히는 방법으로, 특히 새로운 생리활성물질 개발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반세기 동안 고착된 기존 과학자들의 가설을 뒤엎은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된다.

위와 같은 기술은 다제내성 병원균(multidrug resistant bacteria)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직접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윤 교수팀은 다양한 내성균의 감염을 치료하는 새로운 항생물질의 생합성에 성공하여 그 가능성을 직접 입증하였다.

윤 교수팀은 또한 유사한 항생제들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다양하게 조립하여 항생제의 화학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는 조합생합성기법을 이용하여, 카나마이신의 생합성 유전자와 또 다른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의 항생제(부티로신)로부터 나온 AHBA 생합성 유전자를 조합함으로써, 아미카신과 유사하지만 새로운 구조의 항생물질(1-N-AHBA-카나마이신 X)을 생합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새로운 화합물인 (1-N-AHBA-카나마이신 X)는 흥미롭게도 카나마이신과 아미카신의 내성균들에 대해 높은 항균활성을 보였으며 이는 새로운 항생제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본 연구팀이 개발한 신규 항생제 후보 물질 (1-N-AHBA-카나마이신 X)과 아미카신 (amikacin) 및 카나마이신 A의 구조 비교 

아미카신은 변형 효소에 의해 6'-탄소 위치의 구조가 바뀌어 활성이 없어지는 반면 '1-N-AHBA-카나마이신 X'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어 효과적인 향균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1-N-AHBA-카나마이신 X'를 적용하여 반합성으로만 생산되던 아미카신을 미생물 배양에 의해 생합성으로 생산하는 데도 성공하였다.

윤여준 교수는 이번 규명과 관련해서 "새로운 항생제 개발 기술은 기존 의약품의 특정 화학구조를 변형시키는 개량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신개념 신약과 고가 의약품으로 상업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다각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