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rrent I

[사설] 대학 휴학생 100만명의 의미를 아는가

[사설] 대학 휴학생 100만명의 의미를 아는가

 

입력 : 2012.12.07 23:06 | 수정 : 2012.12.08 00:46

 

대학생 298만8000명 가운데 31%인 93만3000명이 휴학 중이라고 한다. 대학원, 방송통신대 등 고등교육기관 전체로 넓히면 휴학생은 110만4000명에 이른다. 재학생 중 47%가 휴학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학생 83%가 휴학 중인 학과도 있다.

대학 휴학생 비율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30%를 넘어서더니 다시 내려가지 않고 휴학생 숫자도 90만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 대학은 5~6년씩 다녀야 하는 것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대졸자 취업률이 60%에 미치지 못하고 기업이 제공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다 보니 휴학을 하고 토플·토익 성적부터 각종 자격증, 수상 실적, 인턴 경험, 해외 어학연수 같은 '취업 스펙'을 챙기는 것이 대학 생활의 필수 코스가 됐다. 기업 쪽에서도 입사 지원자들에게 이런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대학생들은 대학 학점만 따 갖고는 취직이 불가능하다고 믿게 됐다.

대학생 68%가 학자금 대출 등으로 평균 1300만원가량 빚을 안고 사회에 나온다.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1~2년마다 한 학기씩 휴학해가며 돈을 버는 생계형 휴학이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졸업 후 바로 취업을 못해 공백기가 생기면 취업 기회를 얻기가 더 어려워질 거라는 위기감 때문에 졸업을 미루는 '졸업 유예족'도 많다. 이들은 사실상 실업자이면서도 청년 실업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한국 젊은이들이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나이는 평균 25세이고 대졸자 경우엔 27세다. OECD 평균 22.9세보다 2~4년 늦게 활동을 시작한다. 휴학생이 늘면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 시기는 더 늦춰지고, 직장을 늦게 잡으면 결혼 시기도 늦어지면서 저출산도 더 심화된다. 휴학생 중 절반은 생활비를 부모에게 의존한다는 통계가 있다. 노후가 불안한 부모 세대는 새 부담을 안게 됐다.

1970년 16만8000명이었던 대학생이 지금은 300만명이다. 1996년 대학 설립이 자율화된 후 대학생 숫자가 100만명 이상 급증했다. 그때 지금 휴학생 숫자만한 100만명이 늘었다. 앞 못 보는 대학 정책이 우리 사회에 대형 부채(負債)를 안긴 것이다. 정책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기업들이 스펙, 졸업 시기 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현명한 채용 정책이라 하기 힘들다. 대학생 셋 중 한 명이 휴학하는 비정상이 이 나라를 비정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학 휴학생 100만명의 의미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