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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2.07 23:06 | 수정 : 2012.12.08 00:46
안철수씨가 문재인 후보 지지를 분명히 함에 따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對)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1대1 대결 구도가 짜였다. 주목할 만한 제3 후보 없이 사실상 양자 대결로 대선이 치러지는 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래 처음이다.
지금 박 후보 쪽엔 이회창·이인제·박세일씨 등 범(汎)보수 우파 인사들이 총결집했다. 한화갑·한광옥씨 등 동교동계 일부 인사도 가세했다. 문 후보 진영엔 심상정·노회찬·황석영·조국씨 등 범진보 좌파 인사들이 집결했고, 안철수 사단이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선거 구도는 이렇게 선명하게 짜였지만 국민이 보고 듣고 판단할 시간은 열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한 달 전 끝난 미국 대선 대진표는 선거 161일 전에 확정됐다. 미국 국민은 이후 5개월여 동안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가 내놓은 서로 다른 국정 철학과 비전, 정책들을 다각도로 비교·검토·검증할 기회를 가졌다.
우리 경우엔 민주통합당이 문 후보를 확정한 직후인 9월 19일 안철수씨가 뒤늦게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 게임을 벌이는 바람에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은 뒷전으로 밀렸다.
열하루 뒤면 박근혜 시대가 열릴지 문재인 시대가 시작될지 판가름난다. 그러나 국민은 그 시대가 어떤 모습일까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내세운 박 후보가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는지, 문 후보가 앞세운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구체적으로 따져 볼 기회가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국정의 틀을 다시 짜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오바마, 중화(中華) 깃발을 들고 등장한 시진핑, 며칠 후면 드러날 일본의 국수주의 성향 정권을 상대하며 우리 외교의 틀을 진화해 나가야 한다. 이 문제는 초보 운전자 김정은을 상대로 남북관계의 틀을 수리해야 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맞아 국민의 늘어나는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경제와 재정정책에서 우선순위가 지금까지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투표장에 가기 전에 최소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각각 구상하고 있는 국정의 새 틀과 정책의 우선순위라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4일 외교·안보와 남북문제를 다룬 1차 TV 토론이 있었지만 국민 기억엔 지지도 1% 후보의 원맨쇼만 남아 있다. 경제·복지·사회·교육 분야를 다룰 두 번의 남은 토론까지 이런 식으로 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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