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10 19:05
北 잠수함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성공, 김정은 참관
사전탐지·추적 어려워… 韓美, 대응·요격체계 초비상
- 북한이 지난 8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동해상에서 신형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인 ‘KN-11’(북한명 북극성)을 신포급(2000t급) 잠수함에서 쏘아 올린 뒤 공중에서 점화시키는 시험을 실시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북한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8일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KN-11’(북한명 북극성)을 수중 잠수함에서 사출(射出)한 뒤 엔진을 점화하는 발사 시험을 처음으로 실시했으며,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시험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LBM이 실전배치될 경우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군 당국의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가 무력화돼 우리 군의 북 핵·미사일 대응 전략과 전력 증강 계획을 대폭 수정·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미 핵전력을 총괄하는 전략사령관이 지난 3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SLBM 개발 사실을 공식 확인하는 등 미국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국제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은 8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동해상 신형 신포급(2000t급) 잠수함의 수직발사관에서 미사일을 물 밖으로 밀어낸 뒤 미사일 엔진을 점화시켰으며, 미사일은 150∼200m가량 날아간 뒤 바다 위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SLBM은 미사일을 고압 증기나 공기로 물 밖으로 사출한 뒤 엔진을 점화시켜 정확한 궤도를 날아가도록 하는 기술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는 상당히 고난도 기술이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시험 성공은 SLBM 개발에 중대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 ‘북극성’ 발사 시험을 참관했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신포급 잠수함. /북한 노동신문
북한은 지난 2013년 함경남도 신포에 지상 미사일 수직발사 시험 시설을 만든 뒤 지난달까지 지상→수상→수중으로 수직발사 사출 시험 장소를 옮겨가며 개발을 착착 진행해왔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SLBM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정보 당국이 주목해왔으며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우리 식의 공격형 잠수함에서 탄도탄을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인공지구위성을 쏘아올린 것에 못지않은 경이적인 성과”라며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드리는 훌륭한 선물이 마련됐다”고 말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략잠수함의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미사일이 수중에서 솟구쳐 올라와 발사되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이 미사일에는 ‘북극성-1’이라는 글씨가 씌어 있었다. 한·미 정보 당국은 이 미사일을 KN-11로 명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은 북한이 구 소련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S-N-6를 모방해 만든 무수단과 유사하지만 길이가 짧고 탄두(彈頭) 형태도 다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실제 탄두를 장착하지 않고 일부 연료만 실은 모의탄(더미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앞으로 실제 미사일을 수중 잠수함에서 발사, 수백km 이상 비행시험을 함으로써 미사일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3000t급 이상의 잠수함을 건조, SLBM을 실전배치하는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에 미사일을 쏜 신포급 잠수함은 SLBM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기에는 작은 2000t급이어서 시험용 잠수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의 SLBM 개발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됨에 따라 군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군 당국이 추진 중인 ‘킬 체인’과 KAMD 체계는 북쪽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북 SLBM 잠수함이 동·남해 등 우리 후방 지역으로 침투해 뒤통수를 치는 형태로 미사일을 쏜다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 잠수함을 탐지하는 해상초계기 등 대(對)잠수함 전력 강화 필요성이 우선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북 잠수함이 일단 바다에 나오면 탐지가 어려운 만큼 북 잠수함 기지 인근에서 우리 잠수함이 장기간 잠복 대기하다가 유사시 북 잠수함을 격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재래식 추진 잠수함으로는 북 SLBM 잠수함에 대한 장기적이고 신속한 감시·추적이 어려운 만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북한의 시험발사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일본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SLBM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핵전략의 기존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리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지난해 체결된 한·미·일 정보 공유 약정을 토대로 북 SLBM 개발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의 사이버전 인력이 8개월여 만에 900명 증가, 해커 1700여명, 지원조직 5100여명 등 총 6800여명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은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해 서·중부 지역에 풍향계를 설치하고 고사총을 추가 배치했으며 포병 전력 등을 동원해 풍선 대응 사격절차 훈련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한 정례 동계훈련 때는 지상군 장비를 역대 최대 규모로 야외에 전개해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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