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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Why][달팽이 박사 생물학 이야기] 1초에 220번씩 날개 떨며 求愛… 짧지만 치열한 초파리의 일생


입력 : 2015.05.23 03:00

염색체수 적고 알도 많이 낳아 그지없이 좋은 실험 모델 생물
당뇨·암 등 의학 연구에도 이용


	초파리



파리와 모기, 등에는 절지동물 파리목에 속한 곤충이다. 하나같이 날개가 한 쌍이다. 이들도 애초엔 날개가 4장이었으나 뒷날개가 퇴화하여 흔적만 남았다. 파리를 잡아보면 얇은 하얀 살점 조각이 앞날개 뒤, 양편에 붙었는데 곤봉(棍棒)을 닮았다 하여 평형곤(平衡棍)이라 한다. 이것은 몸의 균형과 방향을 잡는 방향타 역할을 한다. 하여 앞날개를 둔 채 평형곤(balancer)을 바늘로 찌르면 제대로 날지 못한다.

옛날엔 집집마다 '초 단지'가 있었다. 청주병에 맛이 간 막걸리를 부어 뜨뜻미지근한 부뚜막에 놓아두면 초산 발효를 하여 식초가 된다. 초산균은 호기성 세균이라 반드시 병뚜껑을 열어 산소가 통하게 한다. 바로 이 식초병에 즐겨 날아드는 꼬마 파리가 있으니 파리목 초파릿과의 초파리다. 서양에선 과일에 꾄다 하여 '과일파리(fruit fly)'라 부른다.

보통은 포충망으로 풀숲을 쓱쓱 마구 닥치는 대로 쓸어 채집한다. 하지만 특히 곰삭은 바나나에 떼거리로 달려든다. 더군다나 집에서도 과일 껍질을 모아두면 눈곱만 한(3㎜ 남짓) 녀석들이 몰려들어 새끼치기를 한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이런 초파리 배양 실험을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은 야생종인 '노랑초파리'로 몸은 연노란 갈색이고 빨간 겹눈을 가진다. 과일이나 술을 좋아하는 탓에 사람과는 뗄 수 없는 생물이다.

해부 현미경으로 보면 암컷은 배에 가로로 검은 고리가 5개이고, 수컷은 3개이면서 끝의 것이 아주 크다. 또 암컷은 수컷보다 몸집이 좀 크다. 암컷의 배 끝은 뾰족한데 수컷은 뭉툭하다. 수놈 앞다리의 첫 발목 마디에는 검은 털이 줄지어 나 있다. 암컷과 교미할 때 사용하는 털인데 마치 빗을 닮았다 하여 성즐(性櫛·sex-comb)이라 부른다.

초파리는 다루거나 키우기 쉽고, 한살이가 일주일 남짓으로 매우 짧다. 알을 많이 낳아 통계처리가 용이하고, 염색체가 8개로 적은 데다 유생 침샘에 거대 염색체가 있어서 그지없이 좋은 실험 모델 생물이다. 유전학·발생학·행동학·생태학 등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당뇨·암·면역·노화·치매와 관련된 의학 연구에도 쓰이는데, 병을 유발하는 유전 인자가 사람과 75%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초파리는 1초에 220번 날개를 떨어 사랑 노래를 부른다. 농밀한 애무도 한다. 수놈들이 암놈을 에워싸고 춤추고, 암놈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지겹게 보챈다. 바짝 몸을 낮춰 앞다리로 꼬리를 토닥이다가 순간 번개처럼 짝짓기한다. 교미 시간은 15~20분이고, 암놈은 거듭거듭 여러 수놈과 교잡을 이어간다. 이렇듯 어느 생물이나 DNA를 남기고자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간다.

초파리는 한 평생 400여개 알을 네댓 번에 걸쳐 낳는다. 알은 지름이 0.5㎜쯤 되는데 발효 또는 부패 중인 과일이나 버섯 따위에 낳는다. 또한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를 거치는 '갖춘 탈바꿈'을 한다. 알은 이내 부화하여 애벌레(구더기)가 되고, 나흘 동안 두 번 허물을 벗은 뒤에 번데기가 되며, 4일 후에 날개돋이하여 성충이 된다. 그리고 하루 만에 짝짓기를 한다.

술을 마시고 눈망울이 불그레해진 사람을 우스갯소리로 '초파리 같다'고 한다. 실제로 야생 초파리는 눈이 빨간 데다 알코올 분해 효소를 듬뿍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도무지 술을 입에 대지 못하는 이들이 더러 있으니, 술 분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