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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물,문물

북한 핵폭탄과 박정희의 '암호명 890 계획'

입력 : 2016.01.08 11:23 | 수정 : 2016.01.08 11:26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새누리당 안에서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지난 7일 “핵무장 하자, 시원스러운 말이다. 그러나 책임 있는 고민이 담겨 있느냐”며 반대 입장에 섰습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눈길을 끌 만한 말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핵무장은 비밀리에 통치권자의 결심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공개적으로 하자, 이건 절대 아니다”라는 건데요.

우리나라에서도 ‘통치권자의 결심으로 비밀리에 추진된 핵무장 시도’가 실제로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호명 890계획’입니다.

1974년 12월 박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암호명 890 계획을 승인하고 박사와 기술자 20~30명을 불러모았습니다. 미국 CIA에도 “한국이 1975년 중반까지 탄두(彈頭) 구조, 고폭약 제조, 컴퓨터 코드 등 3개 팀을 구성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1975년 6월 박 대통령은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우산을 걷어가면 한국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게 될 것”이라며 말 그대로 ‘폭탄 선언’으로 해버렸습니다. 그러자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한국의 핵개발 시도를 포기시키라”는 특명을 제임스 슐레진저 국방장관에게 내리게 됩니다.

슐레진저 장관은 그해 8월 서울에서 박 대통령과 약 4시간 동안 면담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소련이 한국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며 핵무기 개발 포기를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양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2만~3만명이 사망하지만 반대로 소련이 서울을 향해 핵무기 공격을 한다면 3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한미 관계를 손상시키는 유일한 요소가 바로 한국의 자체 핵개발 노력”이라며 쐐기를 박았습니다. 슐레진저 장관은 이와 함께 미국의 핵우산 보장을 강력하게 암시했고 결국 한국의 핵무기 개발은 없었던 일이 됐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네 차례 핵실험으로 원자폭탄은 이미 확보했고 그보다 파괴력이 수십~수백 배 강한 수소폭탄까지 시도하자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군(軍)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이번 4차 핵실험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도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이 손에 쥐고 흔들어대는 핵무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깊은 근심을 정부가 어떻게 풀어나갈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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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