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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물,문물

참수작전의 현대전쟁에서의 놀라운 가치

입력 : 2015.09.10 06:56 | 수정 : 2015.09.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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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지뢰도발로 인한 남북 간 군사 긴장이 해소된 지 이틀 뒤인 지난 8월 2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주최로 안보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육군 준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를 보일 경우 핵사용 승인권자를 선제적으로 제거한다는 이른바 ‘참수(斬首)작전’ 개념을 제시했다. 이 발언은 즉각 파문을 일으켰다.

왜 이 시기에 군 고위 관계자가 참수작전을 언급했느냐는 배경에서부터, 과연 북한을 상대로 한 참수작전이 현실적이냐는 의문을 비롯해, 참수작전이 무엇이냐는 소박한 궁금증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남북 간에 극적 협상이 겨우 이뤄진 마당에 이런 식의 발언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조상호 추진관의 당시 발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언론들이 전하는 것처럼 그렇게 큰 무게가 실려 있지는 않다. 당시 발표는 ‘창조국방’이라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국방정책추진 현황과 추후 추진방향을 보고하는 내용이었다. 창조국방에서 창의적 군사력 운용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우위를 추구할 것인가를 설명하면서 제시된 예시 중의 하나가 참수작전이었다. 참수작전 이외에도 심리전, 정보우위, 정밀타격능력이 거론됐다. 조 추진관은 발표하면서 참수작전이라는 단어를 한 번 사용했을 뿐이다. 국방부도 참수작전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B-52 전략 폭격기. /USAF 제공
B-52 전략 폭격기. /USAF 제공
그럼에도 참수작전은 한·미연합 당국의 새로운 작전계획인 ‘작계5015’ 수립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의미가 증폭되는 분위기다. 작계5015는 북한의 핵·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공격적으로 제거하는 계획으로 유사시 선제 타격 방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WMD 능력과 사용의지를 크게 반영하지 않던 과거의 작계들과는 달리 공격적이다. WMD가 사용되기 전에 제거해야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취지다.

참수작전은 섬뜩한 용어에서 보듯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도 대놓고 얘기할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과 미군의 작전 계획에 이미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을 압박하고 움직이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한국은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한 강경한 군사대응을 펼쳤다. 북한이 협상에 응한 것도 한국의 이런 대응이 통한 결과라고 본다. 그런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 데는 한국의 일관되고 강경한 대응을 뒷받침한 미군의 힘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한·미동맹의 요구에 의해 괌으로 전진 배치시킨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 전략폭격기,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한 핵잠수함 등의 전력이 이번에 북한에는 커다란 압박이 되었다. 사실상 이 무기들은 북한 수뇌부를 일거에 제거할 수 있는 참수전력이다.

참수작전(Decapitation Operation)이란 적의 지휘부를 제거하는 작전을 가리킨다. 인류의 전쟁사를 살펴보면 고대 전쟁에서는 적장이나 왕을 사로잡으면 그 전쟁을 이긴 것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가우가멜라 전투를 이겨놓고도 죽어라 다리우스 3세를 쫓아다니며 페르시아의 왕권을 물려받으려 했다. 역사 속의 책략가인 손자나 마키아벨리도 적국 지휘부만을 제거하는 암살의 유효성을 인정해왔다.

특히 참수작전은 현대전쟁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되었다. 현대전에서 참수작전은 핵심 전쟁지도부와 통신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가리킨다.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각국 군대는 전투기나 폭격기, 미사일 등의 3차원 수단을 갖게 되어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적 수뇌부를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전쟁지도부가 마비되면 아무리 대규모의 부대라고 해도 손쉽게 무너진다. 1991년과 2003년의 걸프전이 그 실례이다. 특히 가장 많은 참수작전의 노하우를 가진 것은 우리의 동맹군인 미군이다.

미군은 이미 20세기가 시작할 때부터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자국에 위협이 되는 적 지도부들을 제거해왔다. 미국·필리핀 전쟁(1899~1902)에서는 필리핀 독립군의 핵심 지도자인 에밀리오 아기날도를 체포한 후에 회유함으로써 독립의 의지를 꺾었다. 1943년 미군은 P-38 전투기 18대를 보내어 진주만 공습의 주범이자 태평양 전선의 총사령관인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을 제거했다. 특히 1980년대에는 두 번이나 적의 지휘부만을 노린 군사작전을 실시했다.<②편에 계속>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