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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명산ㅣ합천 황매산] 한국 제일의 철쭉 명산… 옛 지명은 ‘황산’


[5월의 명산ㅣ합천 황매산] 한국 제일의 철쭉 명산… 옛 지명은 ‘황산’

  • 글 박정원 편집장
  • 사진 김기택(산악사진가), C영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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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30 11:59

    산이 누런색 띠어 명명한 듯… 목장 조성했다 철수하면서 철쭉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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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매산 황매평전에 활짝 핀 철쭉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
    5월의 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철쭉이다. 전국의 웬만한 산은 전부 철쭉으로 뒤덮인다. 오죽하면, ‘철쭉으로 불났다’는 표현까지 나왔을까. 
    한국의 3대 철쭉 명산은 소백산, 황매산, 바래봉을 꼽는다. 5월에 황매산黃梅山(1,108m) 철쭉을 보기 위해 모이는 인파는 ‘철쭉 반, 사람 반’이라 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다리는 차량들이 도로를 가득 채워 그 길이가 수백m에 달한다. 그만큼 철쭉의 대표 명산으로 꼽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 
    황매산 철쭉은 바래봉 철쭉과 성격이, 아니 사연이 비슷하다. 1970년대 배고픈 시절 정부에서 ‘우유 마시기’를 장려한 적이 있다. 정부에서 몇 군데 대규모 목장단지를 개발했다. 그 대상지가 황매산과 바래봉 평전이다. 목장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불을 놓아 작목을 일제히 제거, 소나 양들이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관목은 계속 자랐다. 소나 양들은 관목의 새순과 풀을 뜯어먹으며 번식했다. 그런데 철쭉의 새순만은 먹지 않았다. 철쭉의 새순에 소나 양들이 싫어하는 강한 독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 다른 관목은 도태되고 철쭉만 번성했다. 뿐만 아니라 철쭉은 척박한 땅에서도 번식력이 좋아 어디든 서식한다. 이후 먹고살 만해지자 한국에서 목장은 경쟁력이 없어 문을 닫았다. 그게 지금 한국 최대의 황매산과 바래봉 철쭉군락이다. 소백산은 원래 철쭉이 서식했다. 퇴계의 <유소백산록> 등에 철쭉이 소개된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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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매평전을 지나 정상 올라가는 길은 철제사다리가 놓인 암벽길로 황매평전과는 전혀 다른 지형을 띤다.
    따라서 황매산 철쭉은 불과 몇 십 년 전에 조성된 국가정책의 산물인 셈이다.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한 황매산 담당관청인 합천군 자료에도 소들이 철쭉의 새순을 따 먹으며 자연전정을 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명백히 잘못된 내용이다. 
    지명 유래는 더욱 잘못 알려져 있다. 황매산을 넓고 평평한 산이라 하여, 옛말로 ‘느른 뫼’라고 한다. 그런데 경상도 발음이 ‘느른’이 잘 안 돼 ‘누른’으로 부르다, 이를 한자로 고쳐 누를 ‘黃’자로 쓰게 됐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설명은 황매봉우리가 할미꽃처럼 생겨 ‘할미꽃’으로 부르다가 한자표기로 ‘황매산’으로 했다고 한다. 또 ‘매화를 닮은 산’이라 해서 황매산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면서 황은 ‘부富’를, 매는 ‘귀貴’를 의미한다고 해서 황매산은 풍요로움의 상징으로 풀이한다. 정말 억지 같은 해석들이다. 
    황매산 유래를 확인하기 위해 옛 문헌을 샅샅이 뒤졌다. 조선시대 가장 대표적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조차 없었다. 딱 한 군데 나온다. <대동지지大東地志>에서 소개한다. 그것도 간단히. 산음편에 ‘영종 43년에 산청이라 고쳐 불렀다. (중략) 황산黃山은 동북쪽으로 처음이 20리, 끝이 30리이다’는 내용뿐이다. <대동여지도>에도 ‘황산’이라고 표시돼 있다. 이게 황매산, 아니 황산에 대한 옛 문헌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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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매산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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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매평전의 철쭉.
    황산이란 지명은 분명 산의 토질이 누런색을 띠었기 때문에 명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옛 지명은 어렵고 복잡하게 명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만 사적 131호로 지정된 신라 말 창건된 사찰로 추정하는 황매산 영암사지를 보면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더욱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무학대사가 수행했다는 내용도 출처가 어딘지 확인이 필요하다. 또 언제부터 황매산으로 불렀는지 기록이 없다.
    황매평전의 철쭉과 정상 부위의 바위는 황매산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암벽 관련 재미있는 전설도 전한다. 산 북동쪽에 바위 끝부분이 갈라진 순결바위가 있다. 평소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이 바위 틈에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문란한 사람은 가까이 가기 두렵겠다. 5월 황매산에 가서 철쭉도 보고, 순결바위도 확인해 보라. 황매평전이 있는 8부 능선까지 차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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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적 제131호로 지정된 황매산 영암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