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SM-3냐 SM-6냐… 해군 요격미사일 도입 논란
입력 2021.05.14 16:27 | 수정 2021.05.14 16:27
미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블록 2A 요격미사일. 해군은 이보다 요격고도가 낮은 SM-3 블록 1B의 도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미 해군
안녕하세요, 해군은 오는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차기 이지스함(KDX-3 배치2) 3척에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탑재할 예정인데요, 고성능 요격 전문 사양의 SM-3냐, 다용도 기능을 가진 SM-6냐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해군 차기 이지스함에 요격미사일 탑재를 결정하게 된 배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해군은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데요, 탄도미사일을 최대 1000㎞ 밖에서 탐지할 수 있어 북한 미사일 발사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출동해 활약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탄도미사일 탐지능력만 있을 뿐 정작 요격할 수 있는 수단(요격미사일)은 없어 비판을 받아왔지요.
◇ 북 노동미사일 고각발사 등 대응해 SM-3 도입 적극 추진
그래서 차기 이지스함에는 요격미사일을 탑재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최신 탄도미사일 탐지 및 요격 이지스 체계인 ‘베이스라인 9’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지스함 탑재 요격미사일은 SM-3와 SM-6가 대표적인데요, 군에선 당초 SM-3 미사일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습니다. SM-3는 본격적인 요격 전용 미사일이지만 SM-6 미사일은 대함·대공 등 다용도이고 개발이 늦어져 배치가 지연됐기 때문입니다.
SM-3 미사일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현재 유력한 도입 기종은 SM-3 블록1B입니다.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900㎞, 최대 요격고도는 500㎞ 정도입니다. 유사시 우리를 주로 공격할 북 탄도미사일은 스커드B·C인데 최대 비행고도가 80~150여㎞ 정도입니다.
하지만 SM-3의 최대 요격고도는 500㎞에 달하니 우리 입장에선 ‘지나친 고사양’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데엔 북한 후방기지(영저동기지)에 배치돼 있는 노동 미사일이 고각발사로 우리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 미국제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이나 국산 천궁-2 미사일로는 요격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 SM-3, KN-23 등 저고도 비행 북 신형 미사일 요격 불가능
그런데 지난 2019년 이후 새 변수가 생겼습니다.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최대 비행고도가 35~60여㎞에 불과한 북 신형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지난 3월 발사한 KN-23 개량형은 비행거리 600㎞에 최대 비행고도는 60여㎞였습니다.
특히 KN-23 개량형은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무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SM-3 블록1B의 최저 요격고도가 70~90㎞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70~90㎞ 고도 아래로 비행하는 미사일은 요격할 수 없습니다. 심각한 새 위협으로 부상한 KN-23 개량형 등 북 신형 미사일은 SM-3로 요격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또 요격이 어려운 KN-23 개량형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면 북한이 굳이 핵탄두 노동미사일을 고각발사할 필요성도 낮아지겠지요.
비싼 가격도 주목 대상입니다. SM-3 블록1B는 1발당 가격이 25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군 당국은 오는 2024년부터 총 6400여억원의 예산으로 20여발의 SM-3를 도입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SM-3로 요격이 불가능한 새로운 북 미사일 위협이 등장함에 따라 SM-3 효용성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라 사실상 재검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1발당 250억 SM-3 미사일 20여발 도입계획 사실상 재검토
여기엔 오는 2024년까지 개발될 국산 장거리 요격미사일 L-SAM(최대 요격고도 40~60여㎞)도 SM-3의 효용성을 떨어뜨리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주요 요격미사일 1발당 가격은 성주기지에도 배치된 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150억원, 패트리엇 PAC-3가 48억~62억원, 국산 천궁-2가 17억원 가량입니다.
2017년8월 미국 하와이 인근에서 이지스 구축함 존 폴 존스함이 신형 SM-6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시험 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추적, 공중에서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군 당국도 SM-6 미사일의 도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미 해군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방사청)은 SM-3 대신 SM-6 미사일의 도입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M-6 미사일은 미 해군이 도입중인 다용도 미사일로 SM-2 블록4A 함대공 미사일 본체와 AIM-120C ‘암람’ 공대공 미사일 탐색기를 결합해 만든 것입니다.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은 물론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고, 함정도 타격할 수 있는 다용도성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지난 2016년에는 중국의 DF-21D 대함탄도미사일과 유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시험에도 성공해 대함탄도미사일 요격능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 해군에 500여발이 도입돼 60여척의 함정에 배치됐다고 합니다.
◇ 군 고위 소식통 “SM-6가 효용성과 가성비면에서 SM-3에 크게 앞서”
항공기와 함정 등의 경우 최대 370㎞ 떨어진 표적을 타격할 수 있고, 탄도미사일 최대 요격고도는 35㎞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M-6 1발당 가격이 50여억원으로 SM-3 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도 군 당국이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중국군 열병식에 등장한 ‘항공모함 킬러’ DF-21D 대함 탄도미사일 모습. 한국형 경항모 등에 대함탄도미사일이 큰 위협으로 부각됨에 따라 군 당국은 대함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6 도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연합뉴스
특히 최근 정부와 해군이 적극 추진중인 한국형 경항모에 대해 중국 등의 대함탄도미사일 위협이 부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방어용으로도 SM-6가 부각되고 있다고 합니다. 군 고위 소식통은 “효용성과 가성비면에서 SM-6가 SM-3에 비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해군, “SM-3와 SM-6 모두 필요하다”고 하지만...
해군은 SM-3와 SM-6 모두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해군 소식통은 “전문 연구기관에서 SM-3의 효용성에 대한 여러 차례 평가한 결과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었다”며 “노동미사일 고각발사시 요격엔 SM-3가 가장 효과적이며, SM-6는 함대 방공용으로 유용한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은 한정돼 있고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무기도입 사업도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사청과 해군이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1993년 이후 줄곧 27년간 국방부를 출입, 현역 최장수 군사전문기자입니다. 누적 방문자 4억명을 돌파한 대한민국 최대의 군사안보 커뮤니티인 ‘유용원의 군사세계’를 비롯, 유튜브(구독자 22만명), 페이스북(팔로워 6만명), 네이버TV, 인스타그램 등 7개의 개인 채널을 운영하며 많은 분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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