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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 수리 불가능 사태 온다” 러시아 우주전문가 경고

“우주정거장 수리 불가능 사태 온다” 러시아 우주전문가 경고

[사이언스카페] 로켓 개발사 수석 엔지니어, 러시아 통신사 인터뷰서 밝혀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09.02 09:00

 

 

 

 

 

2018년 소유즈 우주선에서 찍은 우주정거장의 자랴 모듈. 이곳에서 균열이 발견됐다고 러시아 우주 전문가가 밝혔다. 최근 우주정거장에 사고가 잇따르면서 회복 불가능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NASA

국제우주정거장이 노후 장비로 인해 도저히 수리할 수 없는 치명적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러시아 우주 전문가가 경고했다. 최근 우주정거장은 새로운 실험 모듈과 도킹하다가 자세가 기울고 균열이 발생하는 등 잇따라 사고를 겪었다. 전문가들은 수명을 훌쩍 넘긴 우주정거장에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 우주인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국영 우주로켓 개발사인 에네르기아의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 수석엔지니어는 지난달 30일 러시아 국영 RIA통신 인터뷰에서 “우주정거장에서 러시아가 만든 모듈의 비행시스템은 최소 80%가 이미 유효기간을 넘었다”며 “시간이 지나면 더 악화될 작은 균열들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창고에서도 균열 발견, 계속 퍼질 수도

국제우주정거장은 1998년 미국과 러시아, 캐나다, 일본, 유럽이 공동으로 건설했다. 당초 수명은 15년으로 잡았지만 23년째인 지금도 계속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주정거장의 하드웨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우주인들이 2025년 이후 떠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우주정거장 건설 주역이기도 한 솔로비요프 수석엔지니어는 “말 그대로 (비행) 시스템이 완전 소모되는 그 다음날 수리가 불가능한 사고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미 러시아의 ‘자랴’ 모듈 표면에서 균열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1998년 우주로 발사된 자랴 모듈은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 중 하나로 현재 창고로 쓰고 있다. 그는 “균열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국은 지난해 우주정거장의 구조적 약화는 2030년 이후 가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우주정거장의 즈베즈다 모듈에 도킹한 나우카 실험 모듈(오른쪽). 왼쪽은 앞서 정거장에 도킹한 소유즈 유인 우주선이다./NASA

◇자세 기울고, 구멍 나는 등 사고 잇따라

우주정거장은 지난 7월 러시아의 다목적 실험실 모듈 ‘나우카’가 우주정거장에 도킹한 후 갑자기 추진기가 재점화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우주정거장은 정상 자세보다 약 45도 기울었다. 다행히 지상에서 우주정거장을 제어해 자세를 바로 잡았지만 이로 인해 7월 말로 잡혔던 보잉의 유인 우주선 발사가 연기됐다.

앞서 2019년 우주정거장 우주인들의 생활공간인 러시아 ‘즈베즈다’ 서비스 모듈도 공기가 새는 사고를 겪었다. 우주인들은 이듬해 공기가 새는 곳을 찾아서 테이프를 붙였다. 2018년에는 우주정거장에 도킹한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서 알 수 없는 드릴 구멍이 발견되기도 했다. 우주인들은 우주정거장 압력이 떨어지기 전에 이 구명을 에폭시로 메웠다.

미국과 러시아 우주인들은 지금까지 구닥다리 우주정거장을 땜질하며 용케 견뎠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버려야 할 처지에 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