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진료비, 미(美)·일(日)의 10분의 1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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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23 03:05
'출산 인프라' 붕괴 왜?
야간진료·응급상황 많은데 건강보험 酬價 크게 낮아
분만실은 환자 많아도 적자…
매년 전국서 80곳씩 문닫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20년간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해온 심상덕(50) '아이온' 원장은 지난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분만실과 병동을 닫고 '분만 의사' 생활을 접었다. 한 달에 15건 정도 하던 분만 진료로는 병원 적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부터는 산모 대신 유방 질환 진료만 하고 있다. 심 원장은 "산부인과 의사가 산모를 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분만실을 닫는다고 하니 동네 주민들이 더 아쉬워하더라"고 말했다.
심 원장의 산부인과 병원은 전국에서 매년 80여곳꼴로 사라지고 있는 분만실 중 하나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 분만실은 2001년 1570곳에서 2007년 1009개로 7년 사이 560여개가 줄었다. 현재 영업 중인 산부인과는 10곳 중 3곳꼴로만 분만 산모를 받는다(2009년 국정감사자료).
대신 산부인과 의원에는 보톡스 시술이며 질 성형 같은 미용성형, 유방 질환 진료 등을 선전하는 광고판만 가득하다. 아예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는 있어도 분만실이 없는 곳은 전국 230개 시·군·구 중 55개에 이른다(2009년 8월 기준). 부산 강서구, 인천 강화군, 경기 가평군, 충북 단양군, 충남 태안군, 전북 순창군 등이 분만실이 없다. 이들 지역의 산모는 출산 때가 되면 다른 지역으로 가서 '원정 출산'을 해야 한다.
이처럼 '출산 인프라'가 무너진 데는 산부인과가 저출산과 열악한 의료수가의 이중(二重)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재 자연분만의 국민건강보험 진료수가는 최저 20만3000원이다. 동물병원의 애완견 분만비 30만~40만원보다 낮다. 산모와 태아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데도 맹장 수술의 진료수가 27만4000원보다 적다. 미국과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연간 300~400건의 분만이 이뤄지는 서울의 유명 A대학병원 분만실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2009년 상반기 총수입은 5억579만여원인 반면 인건비·재료비 등 총지출액은 6억4000만여원이다. 1억3000여만원의 적자가 났다.
관동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양재혁 교수는 "분만실은 응급실처럼 의료진이 24시간 상시 대기하는데, 인건비나 응급수당 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며 "분만 건수가 많아도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로는) 경영 수익을 낼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출산 과정에서 뇌성마비아가 발생했을 때 2억~4억원의 보상액을 지급하는 의료분쟁도 분만실을 접게 하는 요인이다. 일본에서는 분만 병원 보호를 위해 공동기금 보험을 만들어 분만 과정에서 뇌성마비가 발생했다고 판정되면 산모에 총 3000만엔(약 3억8000만원)을 지급해준다.
대한산부인학회는 출산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골반 내진 검사에 대한 비용 신설 ▲임산부·태아 동시 진료에 따른 진찰료 추가 ▲응급실에 준하는 분만실 진찰료 신설 ▲임산부 교육·상담 비용 신설 등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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