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TV 다른 사인(死因)도 비중둬 PD수첩 인간광우병만 인용
- 기사
- 100자평(4)
입력 : 2010.01.23 03:05 / 수정 : 2010.01.23 04:06
재판부 "美언론도 빈슨 死因을 인간광우병으로 의심"… 진실은?
美TV-"수술 후유증일 가능성도… 공중보건 위험단계 아니다"
PD수첩-美당국의 보도자료 제목에 제작진이‘vCJD’ 끼워넣어
2008년 4월 9일 미국 버지니아주 포츠머스시(市)에서 아레사 빈슨씨가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뇌질환으로 사망했다. 빈슨씨의 사망을 다룬 미국 현지 언론과 약 20일 뒤 한국에서 이를 다룬 MBC PD수첩의 보도 행태는 완전히 달랐다. 미국은 빈슨씨 사망 후 어떤 소요도 없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공포에 휩싸였다.빈슨씨의 사망이 임박한 4월 8일 버지니아주 지역방송국인 WAVY TV는 빈슨씨 관련 2분50초짜리 뉴스를 내보냈다. 이 방송국의 보도는 입체적이었다. 빈슨의 질환이 인간광우병(vCJD)일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소개한 뒤, 곧이어 포츠머스시 보건당국을 취재한 내용이라며 "보통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먹는 것이나 마시는 것 등 생활양식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 ▲ 포츠머스시의 보건책임자 더미트리어 린지 박사가 미국 지역방송인 WAVY TV와의 인터뷰에서“빈슨씨가 아직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에 걸렸다고 확진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 /미국 WAVY TV의 뉴스 캡처 화면
지역 신문사인 버지니안파일럿도 빈슨씨의 사인에 대해 "3개월 전에 가진 수술 뒤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아레사 빈슨씨의 사망과 관련,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하면서 '위 절제술 후유증' 등 사망 원인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버지니아주 보건당국은 그의 사인에 대해 조사 중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첫머리에서 "공중보건에 위험스러운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20일쯤 지난 같은 해 4월 29일 MBC 'PD수첩'은 어땠을까?
- ▲ 미국 버지니아 보건당국의‘포츠머스 여성의 질환에 대한 조사’자료를 소개하며‘보건당국 자료 vCJD(인 간광우병) 사망자 조사’로 제목을 바꾼 MBC PD수첩‘광우병’편의 한 장면. /MBC PD수첩 캡처 화면
PD수첩은 '광우병'편의 총 55분 분량 중 7분10초 동안 빈슨씨의 죽음 관련 내용을 내보내면서 일관되게 '빈슨씨 사인=인간광우병'으로 몰아갔다. 버지니아 보건당국이 낸 보도자료의 제목은 '포츠머스 여성의 질환에 대해 조사 실시'라고 돼 있었지만, PD수첩 화면에서는 '보건당국 자료 vCJD 사망자 조사'로 둔갑했다.
보건당국은 자료에서 "뇌병증의 원인은 간염·뇌 산소 부족·신장 쇠약·뇌종양·뇌압 상승·영양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며, 인간광우병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PD수첩은 vCJD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부분만을 발췌해 방송했다. 빈슨씨가 위 절제술을 받았다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수개월 후 확정된 빈슨씨의 실제 사인은 '급성 베르니케 뇌병변'. 이 질환은 미국 언론의 지적처럼 '위 수술 후유증'과 관련이 깊다.
하지만 PD수첩 방송 후 한국에서는 '광우병 공포'로 국가 기능이 마비될 정도였다. 이재교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재판부는 보통의 주의를 기울이고 시청하는 시청자에게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PD수첩 취재팀이 보통의 주의만 기울였어도 이런 보도는 안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달 20일 1심 재판부는 미국 주요 언론들도 PD수첩과 비슷한 취지로 보도했으므로 PD수첩 보도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Current I'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친 보도 미친 판결. 이원호. 뉴데일리 (0) | 2010.01.23 |
---|---|
'범행 의도' 담긴 작가 이메일 재판부, 판결때 언급조차 안해 (0) | 2010.01.23 |
경력 6년차부터 '나홀로 재판'… 형사1심 92% 처리했다 (0) | 2010.01.23 |
애완견 분만비 보다 싼 진료수가에 문닫는 산부인과 (0) | 2010.01.23 |
[아이 낳기가 겁난다] [上] 한밤의 분만실 전문의(醫)가 없다 (0) | 2010.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