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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의도' 담긴 작가 이메일 재판부, 판결때 언급조차 안해

'범행 의도' 담긴 작가 이메일 재판부, 판결때 언급조차 안해

"정권 생명줄 끊어놓고…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 하늘 찔러"

'PD수첩 무죄' 판결은 검찰이 제시한 '범행 의도' 부분을 다루지도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PD수첩이 '광우병' 방송으로 정부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를 가졌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6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은희 작가가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었다. 김 작가는 이메일에서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고…. 1년에 한두 번쯤 '필(feel)'이 꽂혀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는데…. 올해는 광우병이 그랬어요.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더 그랬나 봐요"라고 적었다. 방송 이후 서울 도심 불법 촛불시위 현장에서 제작진인 김보슬 PD가 "김 여사(김 작가), 현장에 나와 보니 소감이 어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여? 이제 만족해?"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이메일도 공개됐다. 제작진의 '속마음'이 드러난 이메일은 화제가 됐었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는 제작진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문제의 이메일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명예훼손 사건에선 사실관계가 허위이면 범행에 고의(故意)가 있었는지를 따지지만 문 판사는 사실관계부터 허위 사실이 아니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범행에 고의가 있었는지는 아예 다루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제시한 이메일에 '범행 의도'가 간접적으로 드러난 만큼 이를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에 대해 보다 엄정하게 판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은 PD수첩측엔 약점"이라며 "항소심에서 이 부분을 포인트로 해서 반론을 제기하면 뒤집힐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메일을 보면 고의성이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지 않기 위해 사실관계를 모두 허위가 아니라고 판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