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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돈 그리고 여자

사람 망가지는 것 한순간입니다. 오늘 모르고 내일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존경을 받았던 이들이 오늘은 손가락질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존경받았던 그들의 열정적인 삶과 업적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100번을 잘 했던 과거는 묻히고 한 번의 실수 혹은 잘못으로 그들은 패륜아가 되고 말았습니다.

 

두 건의 대형 스캔들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습니다. 스트로스칸 IMF 총재와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의 경우 파급력에서 개인적인 스캔들로 그 의미가 축소될 수 있겠지만 스트로스칸 총재의 경우는 전혀 다릅니다.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 그의 스캔들 소식은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지만 압도적인 프랑스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개인 이미지를 넘어 국가 이미지에도 불명예를 안겼습니다.

 

<Luxmen>에 성(性)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김경희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 원장이 말하는 남자와 여자가 바람을 피우게 되는 심리학적 동기는 흥미롭습니다. 여자는 외로울 때 바람을 피우지만 남자는 성공했다고 믿을 때 바람을 피운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해보면 대체로 맞아떨어지는 논리 같습니다.

 

혹자는 남자도 슬프고 외로울 때 바람기가 발동한다고 하지만 김 원장은 단호히 손사래를 칩니다. 그것은 모성애에 기대려는 나약함이지 성취감과 공격성을 특징으로 하는 남성의 바람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불명예가 여자 문제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됩니다. 최근 글로벌 유명인사들이 성 스캔들에 휘말려 있듯이 국내에서는 제법 힘 좀 쓴다는 인사들은 저축은행 비리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돈이라는 게 양면의 칼날과 같아서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방법과 나가는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사람을 부리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자신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되기도 합니다. 잘나가던 남자들이 한순간 범죄자로 전락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바로 돈과 관련돼 있습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습니다. 급여만으로는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장만하기도 어렵다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때문에 부정비리에 발을 담그게 되고 비정상적인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20여 년 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집안 어른들 모두 한결같이 당부하시는 말씀이 새삼 뇌리에 각인됩니다.

“자고로 남자는 항상 돈과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

 

- Luxmen 2011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