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패션, 키워드는 여섯 가지
- ▲ 미니멀리즘은 올가을에도 대세. 두 가지 색이면 충분하다. 넓은 치마에 주름이 지게 해 단조로울 수 있는 실루엣에 변화를 줬다. / 사진제공=트렌드포스트
숙녀와 소녀, 미니멀리즘, 남자처럼, 1970년대 복고풍, 어둡거나, 화려하거나…
히피 스타일 '복고풍'… 소년 같은 '매니시 룩'
가을은 패션이 다시 돌아오는 계절이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지금, 무더위로 맵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여름내 잠시 접어 뒀던 스타일을 다시 펼쳐 보일 때다.
'두 얼굴의 여자' 올 가을·겨울 여성 패션 스타일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올가을 패션의 양상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크게 여섯 가지. 그 안에서 서로 다른 두 요소가 다시 불협화음처럼 미묘한 마찰음을 낸다. 예컨대 여성미는 숙녀와 소녀라는 두 가지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고, 남자 같은 옷차림도 커리어 우먼과 중성적인 소녀처럼 서로 다른 모습으로 각각 나타난다.
세계 4대 컬렉션으로 불리는 뉴욕·파리·런던·밀라노 패션위크에 올 초 출품됐던 작품을 바탕으로 패션 트렌드 연구소 '트렌드포스트'와 함께 올해 가을·겨울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패션 스타일을 정리했다.
◆숙녀와 소녀
먼저 주목할 것은 성숙한 여성미를 극대화한 스타일이다. 간결한 실루엣 안에 장식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가죽이나 광택 있는 옷감 같은 소재가 다양하게 쓰이고, 색깔도 보라색·녹색·주황색·노란색처럼 밝고 화려하다.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를 연상시키는 복고풍이 등장하는가 하면, 1960년대 유행했던 몬드리안 룩(네덜란드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처럼 기하학적 무늬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숙녀'의 느낌보다 어리고 순수한 '소녀'를 표현한 스타일도 있다. 올가을엔 그중에서도 '공주풍'보다는 천진난만한 시골 소녀나 발랄한 여학생의 느낌을 강조한 스타일이 강세다. 동글동글한 무늬가 찍힌 블라우스에 무릎 위까지 오는 짧은 원피스를 매치하거나, 끝이 정강이에 머무는 짧은 바지로 귀여움을 강조한다. 손으로 짠 듯한 편직물이나 올 굵은 코듀로이처럼 소박한 느낌의 소재가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 ▲ 숙녀와 소녀 화려한 숙녀 또는 천진난만한 소녀의 모습을 표현했다. / 트렌드포스트 제공
◆두 얼굴의 미니멀리즘
최근 패션계에 꾸준하게 불고 있는 바람은 미니멀리즘(단순주의)이다. 이번 가을, 그 흐름은 역시 크게 두 가지로 표현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의미의 미니멀리즘에 꼭 들어맞는 스타일은 별다른 기교 없이 인체의 곡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실루엣이 주를 이룬다. 색상도 두세 가지면 충분하다. 무늬를 넣어 색을 화려하게 쓰기보다는 서로 다른 색깔의 상·하의로 대조를 이루거나, 옷의 일부분만 색을 달리한 아이템이 많다. 슬림한 상의에 치마는 폭넓은 것을 입어 자연스럽게 주름이 지게 하거나, 재킷 양쪽 팔 부분의 재단을 달리해 비대칭으로 연출하는 등 자칫 너무 심심해지기 쉬운 차림새에 변화를 준 시도도 눈에 띈다.
미니멀리즘을 약간 새롭게 해석한 경향도 나타났다. 군인들이 입는 판초 우의 모양의 겉옷, 패션쇼의 작품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걸치고 외출할 수 있을 것 같은 점퍼처럼 실용성을 강조한 옷들이다.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미니멀리즘과 비슷하지만, 단순한 실루엣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둔 것. 소재도 타프타(나일론과 비슷한 합성섬유)나 누빈 옷감처럼 실용적인 것들이 많다.
- ▲ 두 얼굴의 미니멀리즘 간결한 실루엣을 추구하거나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장식은 최대한 줄였다. / 트렌드포스트 제공
◆남자처럼 입는 여자
남성복의 요소를 빌려온 '매니시 룩'도 올가을 여성복의 중요한 주제다.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두 가지. 먼저 '커리어 우먼'이다. 언뜻 보면 남자 옷 같은 모습으로 힘차고 자신감 넘치는 커리어 우먼을 표현했다. 재킷에는 라펠(남자 양복의 깃)의 모습을 다양하게 변형시킨 디자인이 반영됐다. 검은색, 회색 같은 무채색이 폭넓게 쓰여 말쑥한 느낌이다. 폭 좁은 줄무늬나 하운드투스(사냥개 이빨 모양의 체크무늬)처럼 남성복에 자주 쓰이는 무늬를 사용하되, 미니스커트나 절개 장식이 들어간 치마 등을 적절히 섞어 숨은 그림 찾기처럼 여성미를 남겨 뒀다.
'남자 같은 여자'는 중성적인 소녀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여전히 치마보다 바지가 주를 이루고 넥타이 같은 남성용 소품도 많이 쓰이지만, 여성복에서 자주 보던 꽃무늬나 호피무늬 같은 패턴이 늘었다. 카디건을 매치한 프레피 룩(미국 명문 사립고 교복 스타일)은 강렬한 커리어 우먼보다는 한결 젊고 부드러운 소년 같은 느낌을 준다.
- ▲ 남자처럼 입는 여자 남자 같은 옷차림 속에 호피·꽃무늬처럼 여성스러운 모습을 숨겨 뒀다. / 트렌드포스트 제공
◆복고풍, 1970년대로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복고풍도 강세다. 당시 여권(女權)운동의 확산과 함께 옷차림도 길고 헐렁헐렁해지는 추세가 나타났는데 이 느낌이 올해에도 재현된다.
먼저 히피족(기존 사회 질서를 거부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던 사람들)처럼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이다. 이들은 이른바 '나팔바지'처럼 밑단이 넓은 바지, 장식이나 무늬가 화려한 옷을 많이 입었다. 올해 여성복도 치렁치렁해보일 만큼 옷의 길이가 길어졌다. 바지통도 넓어져서 물결치듯 주름을 이룬다. 바지 전체에 꽃무늬를 촘촘히 집어넣는 등 화려한 무늬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헐렁한 실루엣을 유지하되 히피족의 자유로움보다는 다소 과장돼 보일 만큼 호화로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퍼(모피) 소재가 많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부분적으로 모피를 넣어 포인트를 주는 정도가 아니라 옷 전체에 과감하게 사용해 풍성한 볼륨감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 ▲ 복고풍, 1970년대로 길고 헐렁헐렁한 실루엣과 과감한 무늬가 특징이다. / 트렌드포스트 제공
◆어둠을 표현하는 방법
록 음악 가운데 종말, 죽음, 공포 등을 노래하는 '고스(goth)'라는 장르가 있다. 올가을 여성복에는 이런 고스 음악처럼 어두운 느낌을 세련되게 풀이한 차림새도 등장했다. 온몸을 검은색이나 어두운 회색의 단색조로 휘감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무겁고 어두운 느낌 사이에 세련된 장식 요소들이 숨어 있다. 맹수 같은 검은 고양이를 무늬로 활용한 지방시의 작품이 대표적. 레이스나 속이 비치는 아주 얇은 옷감처럼 섬세한 소재도 많이 사용된다.
낡고 해진 듯한 느낌을 강조하는 그런지(grunge) 룩은 어두운 느낌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재킷 안에 옆구리가 뜯겨 나간 듯한 셔츠를 매치하거나 바지에 군데군데 기운 듯한 느낌이 들도록 천을 덧대 무늬를 만들기도 한다. 무채색에 가까운 어두운 색이 주조를 이루지만, 몸에 착 달라붙는 슬림한 실루엣이 세련되고 모던한 모습을 연출한다.
- ▲ 어둠 속의 세련미 어두운 단색조로 세련미를 표현했다. 낡고 해진 듯한 모습도 눈여겨보자. / 트렌드포스트 제공
◆화려함, 여성복의 특권
여성복의 특권인 화려함은 이번 가을 다채로운 무늬로 나타났다. 특히 당초(唐草)나 불꽃, 물결무늬 등을 즐겨 썼던 아르누보(19세기 말∼20세기 초에 유행했던 예술 사조) 예술가들처럼 불규칙하면서도 화려한 패턴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재킷 전체에 동양적인 느낌의 식물무늬가 들어가는가 하면, 무늬가 촘촘하게 들어간 재킷과 치마를 아래위로 매치하기도 한다. 상·하의에 모두 패턴이 들어갈 때는 색상을 비슷한 계열로 맞춰 산만하지 않게 했다.
화려한 무늬를 사용해 세계 여러 부족의 민족의상 느낌을 살린 스타일도 선을 보였다. 색깔과 무늬가 서로 다른 천을 조각보처럼 이어 붙이거나 기하학적 패턴을 사용한 옷이 많이 보인다. 트렌트포스트 박은진 수석연구원은 "술 달린 부츠, 모자가 달린 털가죽 조끼처럼 인디언이나 에스키모족(族)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옷차림이 이 스타일의 특징"이라고 했다.
- ▲ 화려함, 여성복의 특권 상·하의에 촘촘하게 무늬를 넣거나 기하학적 무늬를 사용했다. / 트렌드포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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