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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1.30 22:41
-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조선일보 객원기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여야 모두 부정적이다. 차기 대선 주자들도 김정은과의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남북 관계의 평가는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의 입장을 분리해야 그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 과거 북한 정권이 주민의 외부 정보 접촉을 완전 차단할 때의 남북 관계란 정권 간의 관계로 한정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쪽에서 일어난 일이 북한 내부로 확산하고 있어 주민 입장도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북한 주민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남한 내에서 평가절하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 내 반체제 인사들과 주민 속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기간 북한은 남한의 역대 어떤 정부 때보다 가혹하게 대남(對南) 압박 정책을 시도했다. 외견상 이명박 정권이 북한을 압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부터 세운 대남정책이 '묻지 마 압박과 협박'이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이 그 사례다. 이 기간 북한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시장 확대를 막으려고 단행한 화폐개혁이 실패하여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 등 고위 인사들이 처형당했다. 인민들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북한 정권을 믿지 않게 되었다. 모든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북한 당국의 민심 왜곡도 더 이상 주민들에게 통하지 않게 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사(急死)한 것도 어떻게 보면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협박을 끝까지 잘 막아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시장의 확대로 북한 인민들의 삶은 어려움 속에서도 안정을 찾고 있지만 대외 지원에 의존해왔던 권력 집단은 심각한 위기에 내몰렸다. 권력도 유일적 독점체제에서 장성택·최룡해·김경희 등으로 분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성 군부의 수장(首長)인 인민군 총참모장 리용호가 수하들과 함께 숙청된 것은 군부 내 불만이 폭발 수위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정권은 대외 지원이 끊기자 '울며 겨자 먹기'로 변화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농민들의 이권을 인정해주기 시작했고,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독립채산제를 강화해 버는 만큼 근로자들의 월급을 올리는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내려지고 있다.
김씨 왕조의 기득권에서 제외되는 다수의 북한 엘리트들은 3대 세습의 성공 여부가 외부의 경제 지원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처럼 대대적인 대북 지원을 하게 되면 경제난에 몰린 김정은은 이를 체제 안정에 100% 활용하여 기사회생의 힘을 얻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 억지로 진행하는 경제개혁도 즉각 중단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스스로 변화할 정권이 아님을 지난 15년 세월이 증명하고 있다. 북한을 잘 아는 중국조차 북한에 대해 무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변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는 북한 정권과의 대화·교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북한 주민이 원하는 바가 얼마나 해결되었는가로 남북 관계를 평가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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